막내린 ‘코로나 특수’… 건강보험 재무 상황 악화 전망

입력 2023-08-23 06:00 수정 2023-08-23 10:20

코로나19 시기 기록한 2년 연속 흑자의 여파로 건강보험의 올해 부채비율 전망치가 35.2%까지 하락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향후 수년간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다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지속되는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무 우려에 일각에서는 기금화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이사회에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을 의결하고 기획재정부와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하는 중이다. 공단은 건강보험사업의 올해 부채비율을 3년 전 예측보다 대폭 개선된 35.2%로 전망했다. 공단이 2020년 발표한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건강보험의 부채비율이 2020년 80.6%에서 올해 112.8%를 거쳐 2024년 116.1%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최근 3년간 진행된 건강보험의 부채비율 하락이 코로나19의 덕을 본 일종의 ‘코로나 특수’였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의료 이용이 많을수록 보험급여비가 늘어나 충당부채가 증가하는 구조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의료 수요가 위축되면서 예기치 않게 부채 증가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적립금이 23조8701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하지만 공단은 여전히 수년 내로 건강보험 재정이 대폭 악화한다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은 건강보험사업의 부채비율이 올해 35.2%에서 2027년 94.3%까지 상승한다는 예측을 담고 있다. 앞으로 4년 내로 부채비율이 60%p나 뛰어오른다는 뜻이다. 공단 관계자는 “의료수요 회복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추후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우려가 지속되면서 ‘기금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추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22년 회계결산 보고서에서 기금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예정처는 “건강보험 재정 운용 관련 의사결정이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이뤄져 통합 재정 확립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기금화 등을 통해 재정 투명성을 제고하고 외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기금화란 건강보험을 사회보험·국민연금 등과 마찬가지의 기금 형태로 운용해 재정 측면에서 기획재정부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정책이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취지의 법안이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을 앞두고 국회에 제출됐지만 복지부와 야권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긴축을 추구하는 기재부의 성향상 기금화 도입 시 건강보험 운용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직 기금화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오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