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안보 가로막는 ‘우주항공청 설립’ 난맥상

입력 2023-08-22 17:36

윤석열 정부의 가장 야심찬 국정과제는 우주개발이다. 누리호 발사와 달 탐사선 다누리의 성공적 임무 수행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이를 이어갈 우주항공청 설립에 있어 정치권에서 진전이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우주항공청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여야간 논쟁으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우주산업의 규모가 2030년에는 5,900억달러, 2040년에는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우주 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자리에서, “성공한 나라가 우주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꿈꾸는 나라가 성공한 나라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달리 말해, 대한민국이 비록 우주개발에 있어 후발주자이지만, 얼마든지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지원을 받았던 UAE가 2014년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불과 8년만인 2022년에 화성 궤도에 진입시켜 세계에서 5번째 화성 궤도 진입국이 된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우주개발 계획 실현가능성을 실증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달에 도착했던 러시아는 반 세기만에 발사한 ‘달 남극 탐사선’이 최근 궤도 이탈로 추락하여 체면을 구겼다. 미국은 2025년, 중국은 2024년을 목표로 달 남극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도가 지난달 발사한 탐사선이 내일(23일) 달 남극지역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우주항공청 설립에 있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다. 여야 간 우주항공 분야 개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책적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 여야 간 정책적 접근법의 차이는 우주항공 관련 기존 조직들의 엇갈린 입장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들이 과거에 대해 객관적인 성찰이 부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답습’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형 연계를 통해 기존 우주항공 분야 조직들이 스스로의 강점을 특화시켜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방향성이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기존 조직들이 ‘기능 중심 역할’ 보다 ‘조직 중심 역할’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상 우주항공분야 개발에는 관심이 없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특히, 기존 산학연 기관들이 정부예산 중심의 수탁사업에만 의존할 경우 글로벌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산학연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며, 새롭게 설립될 우주항공청의 전략적 투자가 민간 기업의 혁신과 도전을 지원하도록 국회의 건설적 논의가 시급하다. 2002년에 설립된 ‘스페이스 X’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뉴스페이스 분야가 오늘날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으로 발전하게 된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주항공 분야 발전은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안보 역량 제고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주는 육해공에 이어 제4의 전장으로 인식될 만큼 안보 차원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2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는 민간 우주기업들의 지구관측 및 통신위성을 활용한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정보 우위를 달성했고 이를 통해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주안보 선진국들의 경우 민간분야와 안보분야의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산학연 네트워크’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민간기업’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례로,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업 착수가 예상되는 우주개발을 위한 정부 투자예산 30조원 중 절반이 국방예산에 해당된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감시정찰 및 저궤도 통신 위성 등이 상업 분야에서 활용되지 않고 군이 독점하게 되면 위성 운영 및 유지를 위해서 엄청난 경제적 기회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민군 공동 사용을 위한 다부처 간 사업 추진 형태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선택이지만, 복수개발 업체 선정, 전력화 일정 단축의 어려움, 그리고 관련 부처 및 연구 집단 간 주도권 논쟁으로 당초 계획된 사업 목적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국방 관련 우주항공 조직들은 국가우주위원회의 전략적 지침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있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우주항공청 거버넌스 안에서 우주국방 사업의 특수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주개발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우주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달과 화성 탐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뉴스페이스’ 분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안보 관점에서 국제협력 강화는 선진국 대열 진입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주항공청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과 적극 협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한다.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문어발식 산업 육성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새로운 우주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집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우주항공청 설립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진호 국민의 힘 당대표 특별보좌역

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