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이균용(62·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등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장애인 권리를 대폭 신장한 판결로 장애인 인권 디딤돌상을 수상하고,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 초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온 신망 있는 법관”이라고 했다.
김 비서실장은 또 “주요 법원 기관장을 거쳐 행정능력도 검증됐다”며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 등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며 “40여편의 논문과 판례 평석을 발표하는 등 실무능력과 법 이론을 겸비했다”고 부연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 대표적인 ‘보수 정통’ 법관으로 평가된다. 법원 내 엘리트 연구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현 김명수(64·연수원 15기)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법관’이 대법원장으로 두 차례 연속 지명되는 파격이 이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법원장 14명 가운데 초대 김병로, 3·4대 조진만, 김명수 대법원장 등 3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법관(옛 대법원 판사)을 거쳤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주관과 소신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된다.
2021년 대전고법원장 취임 때는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해 일본 법조인과 교류가 많은 지일파(知日派)로도 꼽힌다. 일본 등 해외 법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법원 내 비교사법의 대가로 불린다.
구체적 개별사건의 타당성과 기존 법학 이론과의 정합성, 국제적 재판 경향 등을 비교·분석해 신뢰받는 판결을 해왔다는 평가다.
2013년에는 배우 신은경과 병원의 민사 분쟁에서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을 인정하는 실무상 기준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투레트증후군(틱장애)을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한 행정처분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하면서 2016년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대학 때 친분을 쌓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