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목을 졸려 의식을 잃은 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1차 소견이 나왔다. 피의자의 고의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힘을 받게 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 21일 피해자 A씨의 시신을 부검한 뒤 ‘경부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직접 사인으로 본 잠정 의견을 냈다. 피의자 최모(30·구속)씨에게 목을 졸린 A씨의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손상이 발생했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국과수는 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 17일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A씨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최씨는 4개월 전 구입한 금속 재질의 둔기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A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여성인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피해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지난 19일 숨졌다.
국과수는 A씨의 두피 바로 아랫부분에 출혈이 있었지만 뇌출혈은 아니어서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종 부검 결과를 받은 뒤 A씨의 사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최씨는 성폭행할 목적으로 너클을 구입하고 A씨에게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씨의 미필적 고의 여부 입증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A씨에 대한 부검에서 너클 폭행만이 아닌 목을 조른 행위가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국과수의 1차 소견에 따라 최씨의 강간살인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유족은 이날 오전 A씨를 발인했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최씨의 얼굴‧실명·나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