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른 사람 먼저 생각”…50대 가장, 3명 살리고 떠나

입력 2023-08-22 09:20
장기기증자 이관춘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평소 장기기증 관련 뉴스를 보며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나중에 동참하고 싶다”던 50대 남성이 3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일 강릉아산병원에서 이관춘(56)씨가 폐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6월 26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씨 가족은 평소 자신도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던 고인의 뜻을 기억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평소 뉴스에서 장기기증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이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가족들은 그를 ‘조용하고 착한 성격이며 누구에게나 자상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씨는 정이 많고 성실해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앞장서서 도왔다고 한다.

이씨 부인 신양숙씨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느라 정작 본인은 하고 싶은 것 하나 못한 것 같아 미안해요. 하늘나라에서는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지내세요”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인의 아들 희준씨는 “무뚝뚝한 아들이라 한 번도 아버지한테 사랑한다고 못 한 것이 죄송하다”며 “다음 생에는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겠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이번 소식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고 기증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린 기증자와 유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기증자 뜻대로 기증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널리 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