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에서 성폭행과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최모(30)씨가 10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최씨의 어머니는 2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주로 도서관 아니면 산에 다녔다”면서 10년 넘게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는 받지 않았고, 가족과의 대화나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에 부모와 함께 사는 최씨는 실제로도 주변 PC방만 다닐 정도였고, 집 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앞서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에서 여성 피해자를 무차별로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사 결과 4개월 전 구입한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19일 오후 숨졌다.
최씨는 성폭행하려고 너클을 샀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일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동기,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최씨 휴대전화 통신사와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구체적 통화 내역과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범행 전 휴대전화로 강간 범죄 관련 기사를 다수 검색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에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보강 수사 중이다.
또 최씨가 피해자의 목을 졸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부검 결과 피해자가 머리 등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으며 주된 사인은 압박에 의한 질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다만 정확한 사망원인은 국과수로부터 최종 부검 감정서를 회신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23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최씨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을 공개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