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또다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을 내년 중반 이후로까지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경제 여건 변화로 고금리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2024년 5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을 35.7%로 예측했다. 내년 5월에도 현재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확률은 31.1%였다. 한 달 전에는 내년 3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다수였다. 올해 연말 금리인하 전망은 4%에 불과했다. 미국 소비와 고용, 경제성장률 등 주요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조기금리 인하 주장은 사라지고, 연준이 현재 수준의 고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은 국채시장을 흔들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4.354%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3%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나흘 만에 다시 이를 뛰어넘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10년물 실질금리 역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로이터통신은 “10년물 금리가 4.3%를 돌파한 이듬해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고 설명했다. 국채 30년물 금리도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인 4.478%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에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전날 기준 7.48%까지 올라 200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채권 금리 상승, 달러화 상승 등으로 금융 여건이 빠르게 긴축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시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로 인상했음에도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이라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회복되더라도 금리가 2020년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0년 동안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 때 긴축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잭슨홀 미팅은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경제 현안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으로, 올해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환’ 주제로 24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로이터는 긴축 수준에 대한 파월 의장 발언이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목표치(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만 컨설팅 업체 야드니 리서치 에드 야드니 회장은 “연준은 채권 수익률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준은 채권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