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재초환·실거주 폐지…정부 정책 발표 한참 전인데 국회서 발목

입력 2023-08-22 06:00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입법 지연으로 실행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감면과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 정책이 곧바로 실행될 것으로 기대하던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9월 정기국회 이후에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중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금액 구간별로 부과율을 곱해 환수한다. 2006년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5곳이 부과됐지만, 헌법 소원까지 제기되면서 시행이 유예됐다. 이후 2019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면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의 근거가 생겼다.

하지만 집값 상승 등 시장 변화에 따라 정부는 부담금 면제 금액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담금이 재건축 자체를 어렵게 해 도심 주택 공급을 위축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야당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는 부과구간을 4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도 마찬가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부동산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대 10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3년으로 완화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아직 시행 전이다. 현행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건설·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입주자 등은 해당 주택의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해당 주택에 살아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거주 의무를 삭제할 경우, 분양권 상한제 주택을 분양받은 자 또는 분양받으려는 자가 타인에 대한 임대를 통해 분양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분양권 상한제 주택에 대한 비(非) 실거주자 수요 억제가 어렵게 되므로 거주의무 제도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토위 법안소위는 지난 5월 30일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전세사기로 불거진 깡통전세와 갭투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8월까지는 여야 협의된 법안소위 일정이 없다.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법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