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강압적 통치 수단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서방 경제학자들이 경고했다. 건설 위주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지만, 권위주의 지도부는 변화를 주저하고 오히려 정부 개입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내부의 불만 시선을 돌리기 위해 대만 해협 등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을 글로벌 거인으로 만든 지난 수십 년간의 성장 모델이 붕괴했다”며 “중국 고위관리들도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시 주석과 그의 팀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SJ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중국이 내수와 서비스 산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 미국이나 서유럽과 유사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도록 장려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그의 측근들은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잠재적 갈등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를 낭비라고 여기며 미국식 소비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는 “시 주석은 개인에게 소비에 대한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면 중국이 원하는 성장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 권위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대신 중국 지도부는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열망에 따라 반도체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정부 선호 산업에 대한 국가 개입을 배가했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도 중국의 청년실업률 발표 중단 등 데이터 통제 정책을 언급하며 “단기적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경기 침체 기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을 겁먹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강압적 수단을 쓸 가능성도 제기됐다. 케이스 리치버그 홍콩대 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은 시 주석이 경제 호황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청년 실업률과 부동산 부문의 붕괴는 가연성 있는 조합”이라며 “실업과 그에 따른 반항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은 중국 지도부에 특히 우려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리치버그 교수는 “국내 문제에 직면한 독재자들은 종종 국외 위기를 이용해 관심을 돌리려 한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더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 뉴스가 악화할수록 잠재적 분쟁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맥스 부트 WP 칼럼니스트도 “중국 경제 침체로 시 주석은 국내 불만을 억제하고 분노를 외부의 적에 돌리기 위해 대만을 침공하는 등 더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며 “쇠퇴하는 중국이 부상하는 중국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