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외신은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외교사적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중국과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할 협력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매튜 크로에닉 스코우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 수석 이사는 19일(현지시간) 애틀랜틱카운슬 기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과 같은 독재 국가들의 협력 강화에 맞서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같은 생각을 지닌 민주주의 동맹을 모아 연합을 구축하려 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전략적 경쟁 시대에 미국 입지를 향상할 역사적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토마스 신킨 전 제네바군축회의 미국 대표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이지만 강력하다. 중국과 북한의 일련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협정”이라며 “특히 3국은 향후 각국의 정치적 변화와 상관없이 계속될 유산을 확립하려고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점증하는 군사·경제적 위협이 3국 협력 강화의 모멘텀이 됐다고 분석했다. 파커 노박 로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의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의 부산물”이라며 “결과적으로 (미·중 간 전략 경쟁 지역인)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제도에까지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맞이한 건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과 일본이 파트너십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공격행위에 맞서기 위해 역내 협력국 네트워크를 봉합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 이정표가 됐다”며 “3국의 의견 합치는 (한·일) 양국의 과거를 잊으려 노력한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비영리기구 아시아소사이어티 오빌 쉘 미·중관계센터 소장은 “중국의 호전적이고 징벌적인 행동이 동맹국과 협력국, 아시아 내 우방을 어느 수준으로까지 뭉치게 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CBS 방송도 “이번 정상회의의 목적은 역사적으로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일본 사이의 안보와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양국의 긴장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으로 지난 1년간 빠르게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정상회의 결과물에는) 3국 관계를 풀기 힘들 정도로 긴밀하게 묶어 두는 조치가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미·일 정상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구축하기로 한 것에 대해 “중국에 노출된 위험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시카 테일러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도 “위기 상황에서 고급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료 히나타-야마구치 퍼시픽포럼 선임연구원은 “3국 체제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다양한 의제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일관성과 신뢰성,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며 “3국 간 핵 협의체를 구성하고, 준비태세를 조율하는 등 합동 군사 작전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가 ‘반중’(反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방위협정은 중국의 반감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을 언급한 공동성명을 지목하며 “미국과 중국, 대만에 국한됐던 분쟁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였다. 중국의 당혹감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이제 중국은 (미국이) 필리핀 같은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면서 동맹 관계를 확대될 조짐들을 주시할 것”이라며 “그것은 ‘인도·태평양판 나토’가 될 것이기에 중국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NYT에 말했다.
블룸버그는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등에 대응하는 3자 협의 공약은 중국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분명해 보인다”며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둔 한국과 한국에 경제적 역풍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