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일터 선배에게 이른바 ‘헤드록’에 걸려 숨진 20대 남성의 가족이 가해자들의 지속적 폭행과 갈취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 측은 피의자들이 살인할 의도가 있었다면서 ‘상해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산 살인사건 피해자 동생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사망사건이 알려진 지난 7월부터 수차례 글을 올리며 “억울하게 살해당한 저희 형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이 올린 게시물에는 지난달 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한 주택에서 일용직 노동자 A씨가 함께 살던 후배 B씨에게 헤드록을 걸어 숨지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A씨는 구급대원에게 “힘겨루기를 하다 헤드록을 걸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족인 B씨의 동생은 해당 사건 피의자 A씨의 가스라이팅, 경제적 착취,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B씨는 사망하는 순간까지 한 선배에게 전화 10여통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A씨는 자신과 갈등이 있는 선배를 괴롭히기 위해 B씨에게 전화 100통을 걸라고 지시했고, 100통을 걸지 못했다는 이유로 B씨를 마구 때렸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피의자 C씨와 D씨 또한 폭행에 가담했고, 이로 인해 B씨는 갈비뼈 17개 골절, 등·허벅지의 근육-피부층 분리라는 큰 외상을 당해 사망했다.
A씨가 B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정황도 나왔다. B씨와 A씨는 과거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만났는데, 인근 상인들은 “(B씨가) 삐쩍 말라서 입도 부어있었다” “다리를 절고 다녔다” “다 아는 이야기다. 자기(A씨)가 때렸다고 했으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족 측은 또 “일을 해도 하루 5000원~1만원을 뺀 나머지는 A씨가 다 가져갔다”며 “현대판 염전노예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와 C, D씨는 A씨의 주도 아래 건설 일용직에 종사했는데, 일이 끝나면 B씨의 일당은 A씨가 받아 가고 푼돈만 줬다는 것이다.
B씨 동생은 “몇 달 만에 형의 몸무게 20~30㎏이 빠졌는데 밥값도 숙소비도 안 주고 일을 시켰다”고 분개했다. 이어 B씨가 임원으로 올라간 정체불명의 법인 2건을 발견했다며 범행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B씨의 동생은 “저희 형은 사회복지사를 하고 싶어 하는 착한 사람이었다.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었고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을 편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던 사람이었는데 A씨를 만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형이 사망하기 전 (형에게) ‘이제 빠져나오고 싶다’, ‘도와달라’고 요청이 왔고 채무를 정리한 후 부모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었다”며 “그날 새벽 피의자 A, C, D가 형을 살인한 것”이라고 원통해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피의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할 수 없게끔 도와달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 링크를 첨부했다.
해당 청원은 피의자들이 왜 살인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는지를 묻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유족 측은 A씨가 범행 전 “오늘 너 죽는다”고 B씨에게 말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재 피의자들은 우발적으로 B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상해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청원은 100명의 사전 동의를 얻어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