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 또 빅쇼트…미국 하락장에 2조원 베팅

입력 2023-08-17 16:52 수정 2023-08-17 16:53
2015년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를 연기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 스틸컷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거액을 벌어들인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52)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데 2조원 넘게 베팅한 사실이 알려졌다.

올해 강세를 보이는 시장 추세에 역행하는 행보라 특히 눈길이 쏠렸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와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버리는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데 16억 달러(약 2조1500억원)를 투자했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운영하는 투자법인인 사이언 매니지먼트가 올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대한 풋옵션을 8억6600만달러(약 1조1600억원)어치 사들였다.

또 나스닥 100 지수를 따르는 펀드의 풋옵션을 7억3900만달러(약 9900억원)가량 매수했다.

풋옵션은 특정 상품을 일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통상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면 풋옵션을 산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90% 이상이 주식 하락에 투자된 셈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마이클 버리. X(옛 트위터) 캡처

아울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2) 역시 최근 하락장을 염두에 둔 듯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정확히는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2분기에 주식을 산 것보다 80억달러(10조7000억원)어치를 더 팔았다.

이를 두고 ‘버리와 버핏이 하락장을 예측했고, 그것은 뭔가를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아직은 미국 시장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는 평이 우세하다. 올해 들어 S&P 500 지수는 17% 이상 올랐고 나스닥 종합 지수도 30%가량 올랐다.

게다가 미국인의 소비 지출은 늘고 있고 실업률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년 넘게 금리를 올려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를 근거로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은 글로벌 증시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5일 발표한 ‘8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현금 비중이 0.5%포인트 떨어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금 비중의 감소는 그만큼 주식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