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재 수출 절반이 자동차… “미국 의존도 낮춰야”

입력 2023-08-17 16:28

한국 소비재 수출이 자동차 덕을 톡톡히 보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동차 편중’이 심하고 미국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소비재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소비재 수출이 지난 2021년부터 상승 흐름을 타서 지난해에 사상 최대 규모인 81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소비재 수출 호조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 소비재 수출은 전체 수출 중 16%를 차지했다. 이런 비중은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금액으로 491억 달러에 달한다.

소비재 수출 급등은 친환경차를 포함한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승객용 자동차 수출금액은 516억7700만 달러로 2021년보다 16.6% 증가했다. 전체 소비재 수출 중 자동차 비중은 63.8%에 이르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42억8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0% 늘었다. 소비재 수출 가운데 자동차 비중은 더 커져 69.8%에 달했다.

무역협회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자동차 등의 친환경차 수출이 30% 이상 증가하며 전체 소비재 수출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수출 호조를 보인 품목 중엔 살충제, 조제 식품, 음료수 등이 있으나 이들 품목은 소비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았다. 반면 화장품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14.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에어컨,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도 미국 주택시장의 경기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무역협회는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의 동반 부진으로 미국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지난해 수출금액은 270억8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172억61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1.8%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럽연합(EU)과 중국으로의 소비재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었다. 아세안 지역으로의 소비재 수출은 지난해엔 6.6% 증가했으나 올해는 46.3% 감소로 돌아섰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전체 소비재 수출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중국으로의 수출은 경기 침체와 자국산 선호로 부진하다. 잠재성이 높은 품목을 발굴하고, 아세안 등 유망시장으로 진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