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곳에 보증서 발급·5시 조기 퇴근’…광주신용보증재단

입력 2023-08-17 12:55


광주·전남지역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이 헛구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민 눈높이에 맞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되는 데도 직원 채용을 멋대로 하거나 수의계약을 일삼는 등 방만한 업무집행을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17일 광주시 감사위 등에 따르면 산하 공공기관의 조직·인사, 재정집행 명세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부적정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광주신용보증재단(광주신보)은 2020년 4월 모 업체가 영업을 중단하고 폐업했는데도 사전에 진행된 보증신청에 따라 같은 해 5월 2000만원의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등 18곳에 ‘현금’이나 다름없는 3억6000여만원의 보증서를 무분별하게 떼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신보는 또 ‘점심시간 교대근무’를 명분으로 그동안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축 근로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조합과 합의한 취업규칙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근무시간을 임의대로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시 감사위는 전국 16개 지역 신보와 광주 공공기관 20여 곳이 모두 오후 6시 퇴근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시 감사위는 이밖에도 산하 출연기관의 부적절한 포상금 지급 등 13건을 적발하고 기관장 경고 2건 등 17건의 신분상 조치를 시에 요구했다.

전남도 산하 공공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 여성가족재단은 일반직 6급 채용과정에서 ‘동점자’ 처리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임의로 면접 재시험을 치린 후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가 적발됐다.

이 기관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수의계약 36건, 2억3700여만원의 확인서를 제출받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와 함께 외부 강의를 할 때 ‘원장’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도 무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 환경산업진흥원은 설립목적에 들어맞지 않는 사업을 수행했다. 환경산업 육성과 무관한 ‘상인 창업 지원사업’ 등 185억3000여만의 예산이 투입된 일자리 사업 11건을 군 단위 지자체에서 위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흥원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회에 걸쳐 피복비 5500여만원을 허술하게 집행하고 기간제 근로자를 공개채용 절차 없이 뽑기도 했다.

도 청소년미래재단 역시 ‘정년 규정’은 아랑곳없이 행정지원실에 60대 중반 직원을 이례적으로 채용하고 공채 절차 없이 기간제 근로자를 뽑는 등 인사 업무를 모호하게 처리해왔다.

전체 직원 중 행정지원 실장을 제외한 전체 직원 나이를 6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어기고 만 64세의 직원을 행정지원실에 채용했다. 이와 함께 공개 경쟁입찰 없는 ‘1인 견적으로 수의계약을 맺어 1260여만원을 집행했다가 적발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서비스 품질개선에 몰두해야 할 시·도 출연기관들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도덕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