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물질 ‘LK-99’를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황화구리 같은 불순물이 초전도체처럼 보이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네이처는 16일(현지시간)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LK-99 isn’t a superconductor)’라는 확정적 표현을 사용한 제목의 기사에서 “연구자들이 LK-99의 퍼즐을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과학적 추적으로 밝혀냈다”고 전했다. 네이처는 지난 4일에도 LK-99에 대한 학계의 부정적 의견을 실은 바 있다.
네이처는 “연구자들은 재료의 불순물, 특히 황화구리가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특성과 비슷한 전기 저항의 급격한 감소, 자석 위에서 부분적 부상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LK-99가 초전도체의 특성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냈을 뿐이라는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의 이나 비쉬크 부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상황이 매우 결정적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소장이 이끄는 한국의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LK-99가 섭씨 127도(400켈빈)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후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를 포함한 해외 연구진이 LK-99 검증에 나섰지만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을 냈다.
네이처는 “이 대표와 김 소장이 본지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퍼러 호주 멜버른 모나시대 물리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한국 연구진이 추가 확인을 진행할 수 있다. 타인을 설득하는 부담은 그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에 참여한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6개 연구실이 LK-99 재현 샘플 제작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주말 국내 한 연구실에 남은 황산납을 확보하면서 제작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황산납은 LK-99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재료다.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일제히 상한가를 찍은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는 하루 만에 급락했다. 덕성의 우선주인 덕성우는 17일 오전 10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10.02%, LS전선아시아는 26.02%씩 하락하고 있다. 덕성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정지 조치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