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구독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기존 렌트 형태의 구독에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자동차 업계가 구독 경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차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세, 취등록세, 보험료 등 부대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 역시 존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특히 자동차 구독 시장 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기아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을 위해 택시운수회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초기 비용을 꼽는다. 유류비, 자동차세 등 부대비용 절감을 생각하더라도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1700만원가량 비싸다. 현대차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가 전기차 초기 구매 시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 낸다. 이후 매월 배터리 가격을 구독형태로 내는 방식이다. 또 구독하는 동안에 배터리 가치에 대한 비용만 지불해 차량 유지 비용에서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소비자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내지 않기 때문에 약 30~40%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에 입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실증사업으로 추후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넓힐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며 “가격 절감 측면을 넘어 추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억달러(약 6조6875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는 이 구독 시장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자동차 구독은 완성차 업체와 서드파티(Third party·파생상품 생산자) 공급자로 이뤄져 있다.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를 비롯해 BMW, 미니 등이 있다.
서드파티 공급자로는 스타트업인 쏘카와 더트라이브 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현대차 ‘현대 셀렉션’, 기아 ‘기아 플렉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총가입자 수는 6만789명이며, 누적 이용자 수는 1만2000명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볼보, 닛산, 제규어랜드로버, 포르쉐 등이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서드파티 공급자 중 스타트업인 ‘더트라이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더트라이브는 자동차 구독 스타트업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차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초기 보증금이나 선납금 없이 최소 6개월 단위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세차, 정비 등 차량 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더트라이브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브랜드는 15개이며, 누적 차량 운행 대수는 1500대 이상이다. 월 평균 더트라이브를 이용하는 구독자는 350여명이며, 가입자 수는 26만6861명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