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가 급성장하고 있다.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의 자금력을 발판으로 입지를 다지는 쿠팡플레이를 바라보는 토종 OTT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17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1~23일 쿠팡플레이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519만8554명에 달했다. 넷플릭스(1174만5325명), 티빙(522만1802명)에 이어 3위다. 올해 1월에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MAU 차이는 약 75만명이었으나 지난달에 2만320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일간 활성 사용자(DAU)의 경우 지난달에 티빙 128만명, 웨이브 104만명, 쿠팡플레이 67만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업계에선 쿠팡플레이의 선전 배경으로 스포츠 콘텐츠에 주력하는 전략을 지목한다. 주요 경기의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따냈고, OTT 가운데 처음으로 K리그 생중계에 나섰다. 오픈서베이 설문조사를 보면,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이용자 비율이 가장 높은 OTT는 쿠팡플레이였다(300명 중 57명, 중복응답). 최근 유럽 유명 축구구단을 초청해 경기를 치른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주목을 끌었다.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건 이커머스 1위 쿠팡의 막대한 자금력 덕분이다. 쿠팡은 올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의 신성장 사업에 약 4억 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플레이의 사업 전략은 적자를 감수하고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로 승부를 보려는 티빙, 웨이브 등과 결이 다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2021년 11월 드라마 ‘어느 날’을 시작으로 총 8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티빙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40여편의 오리지널을 내놨다. 쿠팡플레이가 2020년 12월 출범한 ‘OTT 후발주자’임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사업구조로 보면 OTT 콘텐츠 제작을 활발하게 하기보다 주력 서비스인 유통 사업을 보완하는 데 머무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오리지널을 포함한 여러 분야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쿠팡플레이가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업계 평균보다 높은 판권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추정도 제기한다. 제작사엔 ‘호재’이겠지만, 적자에 시달리는 OTT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OTT는 치솟은 콘텐츠 가격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라고 전했다. 쿠팡플레이 측은 판권 계약 내용은 기밀에 해당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쿠팡플레이의 ‘공격 마케팅’이 위협으로 작용하는 건 토종 OTT 업체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손실 304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티빙은 가입자 수가 69.2% 증가하는 등의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왓챠도 LG유플러스의 인수 결렬 이후 경영난을 겪는 중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