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돼 보살피는 아이들 많아지길…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유진 교수의 작은 소망

입력 2023-08-16 15:51 수정 2023-08-23 10:42
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유진 교수

우리나라 종합병원은 언제나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그 중 소아청소년과는 더 분주하다. 우는 아이와 달래는 간호사들이 늘 씨름하는 곳이다. 여기 의사들은 진료수준 못지않게 아이들 눈높이를 잘 맞춘다. 부산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유진 교수를 지난달 27일 소아과의국에서 만났다.

정 교수의 애교심과 애사심은 남달랐다. 늘 빚진 자로 살아가는 심정이라는 정 교수는 고신대와 복음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2022년 고신대 송도 캠퍼스에 500만원, 복음병원에 800만원을 후원했다. 정 교수는 “내가 학교와 병원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내가 근무하는 곳이 어려울 때 한번은 후원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겼다”며 “후원은 넉넉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궁핍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정 교수의 후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3일 하나님의 학교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고신대 영도 캠퍼스에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정유진 교수

정 교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언니의 전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생겨 고3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매주 성경공부를 했다. 이것이 바탕이 돼 지금도 남편과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매일 QT를 한다. 묵상도 하고 부부애도 키우고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린다.

하나님의 후원이 필요한 곳에 어려움의 악순환을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과 기부의 필요성을 느낀 정 교수는 (사)선양하나북한선교와 브라질선교 그리고 필리핀 의료봉사를 8년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필리핀 의료선교 때 어떤 환자는 진료보다 예수님이 필요할 것 같아 치료 후 그에게 복음을 전하고 왔는데 이듬해 방문해 보니 그 환자는 완치됐고 교회도 출석하고 있었다. 이 마을 한 어르신은 “당신들 기도덕분에 우리의 상처와 마음이 많이 회복됐다”며 정 교수와 일행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 말을 들은 정 교수는 “의사로서 신앙인으로서 보람을 느꼈고 뿌리고 간 씨앗이 열매 맺는 순간이었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정 교수의 남편 오승준(51·교사)씨는 아내의 후원과 봉사에 대해 “크리스천으로 학교와 병원을 사랑하는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적극 지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지금의 어려운 과정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2022년 병원 내 어려운 환자들을 돕기 위한 사회사업실 운영비에 소아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달라며 300만원을 기부했다. 정 교수는 “나도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채워주시고 돌려주실 거란 믿음이 있다”며 후원으로 인한 재정문제를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김영대 원목 부임 후 매주 수요일 ‘기도회진’을 만들어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와 그 부모를 위해 기도한다. 정 교수는 요3:16 말씀을 전하면서 “하나님 만나면 좋겠다. 하나님 만나는 인생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겠다”고 말한다. 이런 ‘기도회진’이 이뤄진 것은 정 교수가 2년 동안 부르짖은 기도에 대한 응답이다.

정 교수는 퇴근 후 영적 목마름이 있을 때 수영로교회 금요철야예배에 참석한다. 엄마로서 바쁜 일상 때문에 자녀들에게 못해준 것을 기도로 대신한다. 아이들이 뜨겁게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 사랑 안에서 크게 쓰임 받는 도구가 되길 바라며 부르짖는다.

정 교수는 “소아청소년과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며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권력, 물질보다는 다음세대를 키울 수 있는 역할에 자긍심을 느끼며 이 직업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교수는 “제 시대에 통일이 돼 보살피고 기여하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적자의 악순환이 끊어지면 은혜의 선순환이 생기지 않을까’ 오직 학교와 병원을 걱정하는 정교수는 오늘도 본인의 후원금이 마중물이 돼 재정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은혜의 선순환이 이뤄져 학생들과 환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지길 바랐다. 학교와 병원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만들어지길 바라는 정 교수의 마음은 애교심과 애사심으로 불타 있었다.

정 교수는 병원을 걸으며 “하나님 저희 병원을 축복해 주세요. 저희 병원이 흑자경영 되게 해주세요”라고 매일 ‘땅 밟기’를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존재다”며 “환자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질 위기에 있지만 정 교수는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부모들의 마음을 긍휼이 여기면서 의술을 펼치고 있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