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평균 두 자릿수 하락한 가운데 현대카드가 사실상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조달비용 및 연체율 상승으로 카드업계 전반에서 곡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6056억원, 영업이익 20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7.4%, 2.7% 상승한 수치다. 반기 순이익은 1572억원으로 같은 기간 1.0% 상승했다. 크지 않은 상승 폭이지만 앞서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과 비교하면 나 홀로 성장한 모습이다.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카드(-23.2%), KB국민카드(-21.5%), 삼성카드(-8%), 우리카드(-38.7%), 하나카드(-23.7%) 등에서 모두 줄었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3060억원이었는데, 자회사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을 제외하면 1079억원 수준이다. 1071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보다 39.1% 감소한 셈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를 사실상 독점 제공하면서 다른 카드사들과 차별화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신용판매 취급액은 71조6188억원으로 애플페이 출시 등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15%가량 늘었다. 6월 말 기준 회원 수는 상반기 중 43만명이 신규 가입하면서 1058만명까지 늘었다. 현대카드 고객 가운데 애플페이를 1회 이상 이용한 고객 비중도 이미 4월 말 기준 71%였다.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고객들 대다수는 일명 ‘MZ세대’로 추정된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후 한 달간 유입된 현대카드 가입자는 79%가 20~40대였다. 특히 20대 비중이 51%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28%, 40대가 12%였다. 실물카드보다 간편결제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유입으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현대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 이후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카드사들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다른 상위권 카드사들도 애플페이와 제휴를 논의하는 단계다.
고객들의 상환 능력과 직결된 연체율 문제도 카드사들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6월 말을 기점으로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대에 접어든 가운데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82%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0%대를 유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산 건전성에 초점을 두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