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술한 안전수칙 사고 불렀다

입력 2023-08-15 15:49 수정 2023-08-15 18:23
지난 8일 작업 중 직원 끼임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의 치즈케이크 생산라인 모습. 진성준 더불어민주당의원실 제공

SPC 샤니 제빵공장의 직원 사망 사고 배경에는 허술한 안전수칙과 설비 미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SPC의 ‘안전작업 표준서’에는 사고 발생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실질적인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표준서에는 ‘안전센서’가 세 차례 언급되지만, 해당 설비 중 사고를 일으킨 리프트에는 안전센서가 없었다. 사고를 방지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런 경우 대처할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15일 국민일보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SPC 샤니공장 안전사고 발생 경과보고서’를 보면 안전한 작업을 위한 매뉴얼 자체는 구비돼 있었다.

문제는 쓸모다. 매뉴얼을 보면 ‘가동 중인 설비 안전센서 확인’이 ‘작업안전수칙’ 항목에 첫 번째로 등장한다. 안전센서 가동 확인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설비 중 리프트에는 안전센서가 없었기 때문에 첫 번째 수칙은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리프트는 안전센서 설치 대상이 아니다. 천천히 가동되기 때문에 안전센서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할기에는 안전센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안전수칙에는 ‘안전센서가 없는 경우 위험 대처법’이 빠져 있었다. 이번 샤니공장 사망 사고는 근로자의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 기계가 작동하면서 생겼다. 현재까지는 2인 1조 작업 중 동료 직원이 기계 작동 버튼을 누르면서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동료 직원이 ‘수작업 이후 기계를 재작동 하는 시점’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다른 작업자의 작업 중 기계 작동 시 대처법’에 대해 얼마만큼 훈련받고 숙지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10월 SPL 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 허영인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며 3년간 안전관리에 1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또다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노후화된 설비를 적극 교체하고 가능한 선에서 안전센서를 기계마다 부착하는 등 실질적인 안전 대응은 미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루뭉술한 안전수칙 마련 정도로는 현장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8일 낮 12시 33분쯤 경기도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의 치즈케이크 생산라인에서 발생했다. 생지의 분할 중량을 맞추기 위해 손으로 분할기 내부를 조절하고 작업을 마무리하던 과정에서 설비가 가동돼 기계에 끼이면서 벌어졌다. 사고를 당한 직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인 10일 숨졌다.

SPC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SPC 관계자는 “앞으로도 진실하고 투명한 자세로 성심성의를 다해 유관기관 조사에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구정하 문수정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