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를 초토화한 화재로 교회 건물은 불타 없어졌지만, 예배는 멈춰지지 않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말이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그레이스침례교회의 산불 화재 이후 첫 주일 예배 이야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와이의 마우이섬을 휩쓴 최악의 산불 이후 첫 주일인 13일 리하이나의 그레이스침례교회에서 37여㎞ 떨어진 와일루쿠의 한 커피숍에서 마련된 임시 강단에서 드려진 이 교회 예배 모습을 14일 상세히 보도했다. 리하이나는 산불 피해가 집중된 마우이섬 북서쪽 해안 도시다. 이날 예배가 열린 커피숍에는 간이 강단이 섰고, 그 옆에는 기저귀와 먹거리, 세면도구 등 기부 물품이 쌓여있었다.
교회는 쓰나미나 허리케인 경보가 있던 과거 재난·위기 상황에서 지역 주민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50년이 된 건물은 잿더미로 변했다.
아르자 브라운 그레이스침례교회의 담임목사는 이날 예배 설교에서 시련을 거듭해 겪은 성경 인물 욥을 인용했다. 그는 “하나님은 결코 실수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오늘 그것을 믿습니다”고 말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을 아직 헤아릴 수 없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이번 화재로 집마저 잃은 브라운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도들이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 )’ ‘복의 근원 강림하사(Come, Thou Fount of Every Blessing)’등을 찬양했고, 시편을 낭독했다. 예배 중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성도들은 화재 당일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경험을 나누며 하나같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회에서 30년간 사역한 해리 티민스 부목사는 교회 건물이 재건되기 이전 성도들은 마을로 돌아가서 교회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