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 달 가량 앞두고 다른 학생이 마시던 커피에 변비약을 넣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상해·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0)에게 최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을 다니던 지난해 8월 30일 학원이 운영하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같은 독서실에는 피해자인 재수생 B씨도 있었다. 당시 B씨는 500㎖ 병에 담긴 2000원짜리 블랙커피를 마시다 자기 책상에 올려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A씨는 갖고 있던 변비약 두 알을 B씨 커피병에 장난삼아 집어넣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독서실 자리로 돌아온 B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변비약이 들어간 커피를 마셨고, 설사에 시달리다 결국 장염까지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 B씨는 수사기관에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B씨는 “2차 가해가 두렵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철저히 서로 모르게 조사를 해달라”며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 더는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진술서도 제출했다.
검찰은 “아무 이유 없는 장난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고, 변비약으로 피해자의 커피를 오염시켰다”며 A씨에게 상해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4월 A씨에게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재판에서 “잘못을 인정한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반성 중”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는 못했지만 법원에 공탁금 200만원도 맡겼다.
1심은 애초 약식명령대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약식명령의 벌금 200만원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A씨가 2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김 판사는 “수능을 앞두고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범행’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며 “피해자는 수능이 끝나고 수사기관에 ‘재수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