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조직폭력배 간 흉기난동으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뉴월드호텔 살인사건’의 주범 정동섭(5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1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정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퇴실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는 숙박업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는 정씨의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고 있다.
정씨는 28년 전 서울 강남 뉴월드호텔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조직폭력배를 급습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이다. 당시 영산파 행동대장이었던 정씨는 사건 직후 도주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2011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지만 지난해 또다른 공범 서모(55)씨가 뒤늦게 검거되면서 정씨의 중국 밀항 해외 도주 사실이 발각됐다. 해외도주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이뤄져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광주지검은 지난달 26일 정씨를 공개 수배했다.
정씨 사망으로 그에 대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될 예정이다. 서씨는 살인과 살인미수, 밀항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서씨와 정씨의 해외도피행각을 도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