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화폐 없애고 달러 쓰자” 극우 후보, 예비선거서 1위

입력 2023-08-14 18:32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가 1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극우 성향의 대선 후보가 집권당을 누르고 예비선거(PASO)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 분노가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0월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이날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개표가 약 96% 진행된 가운데 제1야당 보수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지지율 30.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기관의 평균 예측치는 20%였는데, 이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가 속해 있는 중도 우파 성향 ‘변화를 위해 함께’는 28.3%, 집권 연립정부는 27.2%를 얻었다.

아르헨티나의 예비선거는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투표가 의무화돼 있어 10월 대선 승자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로 여겨진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예비선거의 결과는 116%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연립정부와 주요 보수 야당인 ‘변화를 위해 함께’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컨설팅 회사인 ‘세페이다스 그룹’의 후안 크루스 디아스 상무이사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감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결과가 나온 뒤 연설에서 “항상 실패했던 똑같은 낡은 방식으로는 다른 아르헨티나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유세로 주목받았다.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화폐를 버리고 미국의 달러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고, 중앙은행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대선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취약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의 화폐인 페소화는 지난 12개월 동안 달러 대비 절반 이상 가치가 하락했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10월 선거의 승리자는 IMF와의 440억 달러 부채 협상을 이끌고, 인플레이션 억제와 외환보유고 회복 등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