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조각투자’ 서비스가 오는 9월부터 활성화될 전망이다. 7억원대 미술품부터 160억원 규모의 서울 꼬마빌딩까지 투자처도 다양하다. 금융사와 협업해 투자 장벽을 낮추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등 점유율 확장을 위한 조각투자사들의 경쟁도 본격화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술품 중개업체 투게더아트는 지난 11일 최초의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사업에 공동 투자하고 사업 손익을 받는 구조다. 상장사와 자산운용사가 각각 발행하는 상장주식, 공모펀드와 달리 사실상 발행 자격에 제한이 없지만 그동안 발행된 사례는 없었다.
투자계약증권 1호 신고서가 제출된 배경은 조각투자 서비스의 확산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한우·미술품 등 5개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띤다고 보고 지난달 12일 이들의 사업 재편을 승인했다. 투자자가 자산을 공동 구매한 뒤 업체가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투자계약’이라고 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조각투자 사업자의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제출에 앞서 공시 및 심사체계를 개편했다. 자율기재 형식에 가까웠던 투자계약증권 서식을 개정하고 전담운영팀을 꾸려 심화를 강화했다. 기존에 없던 발행 사례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위험 요인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를 앞둔 투게더아트는 1호 상품을 취득·관리하기 위해 7억9920만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스탠리 휘트니의 작품 ’스테이송 61‘(Stay Song 61)을 7억2000만원에 매입한 뒤 10년 이내에 처분해 투자자에게 청산 손익을 지급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투자자보호기금을 마련하고 미술품 보험, 개인정보보호배상책임공제, 임원책임보험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신고서는 향후 제출될 신고서의 시금석이자 조각투자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며 “기초자산 위험과 투자·손익구조 적정성, 공동사업 위험, 환금성 위험 등을 중심으로 신고서에 충실히 기재됐는지 꼼꼼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게더아트를 시작으로 이르면 9월부터 미술품·한우 조각투자 상품 등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기존 조각투자 사업자들의 상품 출시와도 맞물리며 조각투자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음악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도 조만간 수익증권 형태로 음악 조각투자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다. 뮤직카우는 현재 금융사를 통해 신탁 단계를 완료했으며 전자등록 전 사전심사를 위한 마무리 준비 단계다.
부동산 조각투자업체 카사는 9월 6일부터 사흘간 총 167억원 규모의 ‘압구정 커머스 빌딩’에 대한 공모를 시작한다. 카사가 약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이번 투자 상품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노티드도넛으로 성공한 푸드&라이프스타일 브랜드 GFFG 등이 임차해있다.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카사는 합법적인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며 벌써 6개의 건물을 상장한 경험이 있다.
금융권과의 협업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지난 3월 카사 한국사업 전체를 인수했다. 이번 공모부터는 대신증권이 신설한 ‘조각투자 계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는 최근 14억7000만원 규모 전주 한옥호텔 ‘시화연풍’ 조각투자 공모를 진행했는데 모집 일주일 만에 조기 완판됐다. 소유는 자체 앱은 물론 토스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