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지만…” 쌈짓돈 털어 수재민에 기부한 70대

입력 2023-08-12 05:05
충북 충주시는 지난 4일 한 70대 노인이 현금 50여만원을 시청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기초생활수급자라고 소개한 이 노인은 충주시에 기부금을 수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충주시 제공

충북 충주에서 자신을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밝힌 노인이 1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 수재민들을 위해 기부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주시는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시청 3층 복도에서 행사 준비를 하던 직원에게 한 70대 남성이 다가와 검은색 비닐봉지를 내밀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나라의 지원으로 살고 있는데 수해를 입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뽑아왔다”며 “좋은 곳에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어 “나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입장이지만 폭우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같이 돕고 살아야 할 이웃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이 건넨 봉지 안에는 5만원·1만원·1000원짜리 지폐와 100원·10원짜리 동전까지 총 52만5320원이 들어있었다.

비닐봉지를 받은 직원은 “언뜻 봐도 어르신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성금을 내고 나면 어떻게 생활하실까 걱정이 돼 어르신이 거주하는 동사무소에 도와드릴 게 있는지 살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노인은 때마침 이 장면을 지켜본 조길형 시장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는 노인의 의사에 따라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전달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