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둔화에도… 원·달러 환율 두달 만에 최고치

입력 2023-08-11 17:22

원·달러 환율이 11일 1320원대를 넘기며 두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물가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데다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8.9원 오른 1324.9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3.0원 오른 1319.0원에 개장해 오전 11시쯤 1320원대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5월 31일(1327.2원) 이후 두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자 시장은 안도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6월(3.0%)보단 높아졌으나 시장 예상치(3.3%)보단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메리 데일리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승리를 선언해선 안 된다”는 매파적 발언을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특히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에서의 수요 부진이 나타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의 채권에 비해 미국채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지기에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며 “이는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위안화의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011위안(0.02%) 올린 7.1587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위안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권 이자 미지급 사태로 인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약세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의 가치를 함께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국 건설사 비구이위안의 채무이행 실패로 인해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지원을 약속할 경우 위안화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