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난동’ 조선 “극심한 게임중독, 1인칭 게임하듯 공격”

입력 2023-08-11 10:56 수정 2023-08-11 15:52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피의자 조선(33)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조선은 현실과 괴리된 심각한 게임중독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듯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부장검사 김수민)은 11일 조선에게 살인, 살인미수, 절도 및 사기, 모욕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조선은 집행유예 1회, 벌금 2회, 소년부 송치 14회, 기소유예 3회 등 범죄전력이 20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쯤 신림역 4번 출구 근처 상가 골목 초입에서 거리에 서 있던 A씨(22)를 흉기로 약 18회 찔러 살해했다. 그 직후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3명을 겨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2분간 골목길에서 4명의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는데, 그 횟수가 총 40여회에 달했다.

조선은 사건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했고, 범행 직전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금천구에서 범행 장소인 신림동까지 가는 과정에서도 택시를 또 무임승차해 절도 및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12월 익명 사용이 가능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하며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도 드러나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달 28일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조선이 지난 8개월간 대부분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하는 등 심각한 게임중독 상태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특히 1인칭 시점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게임에 빠져있었다. 범행 당일 아침까지도 휴대전화로 게임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이 범행 당시 ‘가벼운 뜀걸음’ ‘범행 시도 후 신속한 재정비·새로운 타깃 물색’ ‘얼굴·뒷목·옆구리 등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 집중 공격’ 등 게임 속 캐릭터처럼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선이 게임 영향을 받아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고 결론내렸다.

조선의 범행 동기는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이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심리분석 결과 조선은 붕괴된 가족관계와 사회생활 부적응,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이 겹치면서 ‘현실불만·좌절’ 상태에 빠져 있었다. 특히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 그러던 중 그나마 소속감을 느끼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욕 글로 고소당해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자 그동안 쌓였던 열등감과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노는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이 공판을 전담해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