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했던 부와 명예 문제 신앙 양심으로 풀어

입력 2023-08-11 10:42 수정 2023-08-11 16:58

장보현(사진) 한국과학기술원(KIST) 전문위원(책임연구원)이 에세이 집 ‘수채화에 새긴 약속’(296쪽,CLC)을 펴냈다.

수채화와 유화 그림 50점과 함께 평소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책의 부제는 ‘느드러움의 삶에 대하여’이다.

‘느드러움’이란 말은 장 위원이 창작했다. ‘느리고 부드러움’이라는 의미다.

매사에 서두를 것이 없으며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에서 책의 부제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저자가 고민했던 부와 명예 등의 문제를 신앙 양심으로 풀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툭 튀어나오는 그림에, 저자가 밑그림을 그리며 가졌던 그 문제의식을 담아 독자의 이해를 넓힌다.

1부, ‘느드럽게’는 일의 즐거움과 인내, 진정한 쉼과 평안, 나이 듦의 가치, 균형 잡힌 삶, 진정한 아름다움 쫓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모두 가치’. 이웃과 연약한 이웃 품기, 사랑의 공정함과 눈높이의 고통 분담, 갈등에서 협력과 화합으로 나아가는 길을 추구한다.
장보현 작 '무제' 수채화. 73×53cm 늙은 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골목이 있다. 서울 안국동 길을 걷다 보면 노 부부가 키스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라) 거기에는 'We are Young'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그림을 누가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그 주인공은 ‘SI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원영선 씨라는 걸 알았다. 미술 비 전공자인 한 장교가 재능기부를 했다고 한다. 자기 조부모를 떠올리며 2013년에 벽에 그라피티를 했다가, 벽이 훼손된 후 2018년 작가를 수소문해 복원했다. 인생행로를 보여주는 이 골목을 지나칠 수 없어 수채화로 재현했다.

장보현 작, '폐지 줍는 노인' 수채화 73×53cm. 할아버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늦게 까지 폐지를 모아 수레에 가득 싣고서는 양지 바른 곳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저렇게 모으기까지 얼마나 수레를 몰았을까. 작가는 휴식의 뿌듯함을 담배 연기와  땀이 밴듯한 바닥으로 표현했다. 폐지를 주워 모은 돈에는 땀과 눈물 방울이 적셔있다. 할아버지는 땀과 눈물을 폐지와 바꾸고 폐지는 땀으로 오염된 값을 제하고 돈과 바꾼다.

장보현 작 ;만종'(모작) 유화 53×41cm. 그림은 밀레의 '만종(晩鐘)'을 저자기 모작(模作)한 것이다. 만종을 감상하면 마치 저녁 교회 종소리가 지금 들리는 듯하다. 감자를 캐던 부부는 저녁 종이 울리자 삼지창 밭갈이 농구를 땅에 꽂아 놓고 캔 감자는 바구니에 곱게 담고서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해 저무는 지평선에 희미하게 보이는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오는 바로 그 순간의 소중함을 부부는 모은 두 손으로 표현한다.

3부, ‘목자처럼’. 삶과 죽음의 본질, 일상에서의 믿음의 잠재력, 시간과 물질 그리고 명예 다스리기, 평안과 감사의 힘, 희생과 고통의 열매를 논한다.

4부, ‘생명’에서는 반려견, 떠나간 새, 건전한 먹거리, 흔들리는 생태계와 자연의 가치를 고민하고, 존재 목적에 충실한 동물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내용을 다룬다.

5부, ‘관계’는 본질적 사랑, 부부와 혈연, 친구 관계, 비난과 질투,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솜씨, 디지털 문명 시대에 있어서 소통 방법이 전개된다.

이 책을 추천한 김홍렬(빅하트크리스천스쿨 이사장) 분당 한마음교회 목사는 “이 책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 없이, 종교에 상관 없이 편하게 접할 수 있다”며 “특히 교회 밖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찾는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실제가 되길 원하는 성도를 독자로 초청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1996년 공직에 입문했다.

과학기술부 한국우주인사업팀장,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장, 연구개발정책과장, 국제협력관 등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 기획조정관,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모태신앙인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 한마음교회 안수 집사로 섬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우회장을 지내는 등 직장선교 활동에 열심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