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적 태풍 ‘카눈’ 이겨낸 광주·전남…인명피해 전혀 없어

입력 2023-08-11 10:34 수정 2023-08-11 13:27

태풍 ‘카눈’이 소멸을 코앞에 둔 가운데 광주·전남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지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역대 최고급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달리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

1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제6호 태풍 ‘카눈’이 이례적으로 한반도 내륙을 관통했지만 태풍이 날카롭게 남도들녘을 할퀴고 가던 예년과 달리 천재지변이라고 할만한 인명·재산 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태풍이 북상하면서 광주·전남지역민 1000여명이 대피하고 아파트에 사는 3000여세대가 정전으로 한때 불편을 겪었으나 태풍 강도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태풍 카눈이 당초 예상 경로보다 우측으로 선회하면서 세력 중심부가 비껴간 영향도 있지만 선제적 조치에 나선 공무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24시간 ‘선조치 후보고’의 신속한 현장 대응체계를 가동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광주·전남지역 민·관의 적극적 대응과 효용성 높은 빗물받이 관리 등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태풍 카눈은 1951년 태풍 관측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정중앙을 종단했는데도 광주·전남지역 생채기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무엇보다 지자체 등 관공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광주시는 9일 오후 6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둔치주차장, 하천 산책로를 통제하는 등 사소한 위험요인도 간과하지 않았다.

시는 자치구 등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타워크레인과 옥외광고물 등 피해 우려 시설을 철저히 사전점검하고 빗물받이에 쌓인 쓰레기 등 퇴적물 청소와 배수로 정비 등에 역량을 총동원했다.

이로 인해 계속된 태풍에 따른 강우에도 각 도로에 설치된 빗물받이가 원활히 물을 빼내 침수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빗물받이는 도로의 빗물을 지하 빗물관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

광주지역에 태풍을 앞둔 장마 기간 내린 비는 1098㎜로 1년 치 강수량 1380㎜에 가까웠다. 이어진 태풍 카눈에 따른 게릴라성 호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빗물받이의 예방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가 수개월 전부터 사전점검한 빗물받이는 7만4913개에 달한다.

시는 지난 7월부터 5개 자치구, 주민 자율방재단 등과 공동으로 청소주간을 지정해 상습침수지역의 빗물받이 대청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피해현황은 나무쓰러짐 5건과 건물 외부시설 날림 우려 4건, 배수펌프 고장으로 인한 침수 1건, 금호동 일대 아파트 30000여가구의 1시간여 정전 등의 비교적 적은 태풍·침수 피해를 입는 데 그쳤다.

전남도 역시 강가와 지하차도 등 하천 수위 상승 위험지역에 사전 통제를 하고 해안가 산책로, 방파헤, 해수욕장, 해안도로에서 사고방지 활동을 펼쳤다. 22개 시·군 57개 해수욕장과 76개 해안산책로, 19곳의 둔치 주차장, 28개 야영장 등의 이용이 통제됐다.

그 결과 전남 화순에서 상가 간판이 비바람을 못이겨 추락한 뒤 주변 전신주에 걸리고 곡성에서 주택이 붕괴돼 1명이 다치기도 했지만 실종·사망 등 별다른 인명피해를 입지 않았다.

고흥과 여수 광양 순천의 논 206㏊에 심은 벼가 쓰러지고 곡성 석곡 농가가 재배 중인 배와 전남 장성 복숭아 과수원 등에서 낙과 피해를 입었을뿐 농가 피해 역시 예상보다 적었다.

도는 인명피해 우려지역 557곳에 시·군 공무원을 2인1조로 편성해 24시간 대응하는 등 사고방지에 총력을 쏟아 태풍 피해에 전방위로 대비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위력적 태풍과 폭우에도 민·관이 가슴만 졸이는 데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난에 대비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