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불 속으로 뛰어간 소방관, 초등생 2명 구했다

입력 2023-08-11 06:48
마포소방서 양일곤 소방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의 한 소방관이 휴일에 맨몸으로 화재를 진압한 사연이 알려졌다. 이 소방관의 활약으로 초등학생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일 오전 9시 58분쯤 김포시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마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양일곤 소방장이 화재를 초기에 저지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휴일이었던 양 소방장은 개인 용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파트 외부에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아파트 2층의 실외기실 외부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불꽃이 튀는 것을 본 그는 즉시 119에 신고하며 현장으로 뛰어갔다.

양 소방장은 즉각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는 아파트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을 찾아 비상벨을 울렸다.

양 소방장이 현관문을 두드리자 집 안에서는 초등학생 2명이 나왔다. 양 소방장을 이들을 대피시키고 본격적으로 하재 진압에 나섰다. 인근 소방서 인력도 도착해 불은 오전 10시 12분쯤 완전히 꺼졌다.

집 안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단순 연기흡입 정도로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일곤 소방장이 초동대처했던 김포시의 한 아파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이 사연은 서울시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자신을 불이 난 아파트의 관리소장이라고 밝힌 게시물 작성자는 지난 7일 “안에서 누군가 물을 뿌리고 있었다”면서 “관리소 직원 한 사람이 소방호스를 들고 보조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소방호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소방호스를 만지는 솜씨가 조금은 숙달된 모습이었고, 불을 끄는 모습도 처음 소방호스를 잡아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 소방장은 화재 진압 직후 자취를 감췄다. 관리소장은 “화재가 다 진압되고 난 다음에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다. 그래서 수소문을 해 보니까 마포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맙다는 말도 못 해서 인사라도 하려고 수소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가 아닌 시간에 아무 장비도 없이 본인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맨몸으로 화재의 현장에서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초기에 화재를 진압함으로써 많은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 양일곤 소방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며 “아울러 한쪽 발은 관에 담근 채로 또 한쪽 발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몸으로 행동하는 모든 소방관님들의 안전을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 남겼다.

양 소방장은 “소방대 도착 전 옥내소화전 사용 등 올바른 초동대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고 도움을 준 아파트 관리소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용근 마포소방서장은 “많은 입주민이 집을 비운 아침에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양 소방장의 신속하고 용기 있는 대응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