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 지원을 나간 공무원들에게 소속 지자체가 도시락 식비를 걷어 원성을 사고 있다. 공무원들은 무더위에 고되게 일했는데 밥값까지 내야 하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전북도는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를 돌려받는 절차라고 해명했다.
전북도 자치행정과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전원 철수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청소 등 잼버리 지원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에게 도시락 식비를 청구하는 내용의 공지 문자를 돌렸다.
문자 내용은 ‘잼버리 관련 시설점검 해주느라 더운 날씨에 너무 고생이 많았다. 부담을 주게 돼서 죄송하지만, 동원된 직원들 식비를 각 부서에서 걷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 비용은 1인당 1만 2000원으로, 전북도는 부서별로 참여 인원에 따라 식비를 계산해 담당자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문자를 받은 공무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일 잼버리 청소 지원을 다녀왔다는 공무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잼버리 청소 지원 갔더니 도시락 비용 청구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쓴이는 “오후 2시부터 근무했고 저녁으로 도시락을 먹은 뒤 오후 8시30분까지 근무하고 9시30분에 회사로 복귀했다”며 “그런데 잼버리 지원 근무자에게 도시락 비용 1만 2000원이 청구됐다”고 적었다.
이어 도시락 사진도 함께 공유하면서 “이게 1만 2000원짜리 도시락 비용이냐. 도시락 하나 지원 못해주면서 일을 시키냐. 정말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봉사를 간 건데 도시락비 청구라니 놀랍다” “나라가 어질어질하다” “편의점 4500원짜리 도시락이 더 낫다” “상식 밖이라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잼버리 화장실 청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각 부서에서 직원들을 투입했고, 공무원들 식사를 (자치행정과에서) 책임져야 했다”며 “그런데 추후 정산 과정에서 자치행정과가 공무원 식비를 모두 부담하는 데 무리가 있었고,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를 다시 되돌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무원 출장 여비는 ‘일비’ ‘교통비’ ‘식비’ 이렇게 세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식비는 최대 2만 5000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전북도는 공무원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 1만 2000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이지, 사비로 밥값을 내라고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무원들에게 식비 청구 사실을 미리 고지했냐는 질문에 “당시엔 여비를 어떻게 집행할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어 사전에 안내하지 못했다”며 “잼버리 청소 업무는 원래 도 업무가 아닌데, 청소 이슈가 워낙 커지다 보니 도청 직원이 일단 (잼버리 현장에) 가서 업무를 돕는 게 급선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들 업무 상황이 매우 열악했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희가) 식사비를 요청드리니 마음이 불편하셨던 것 같다”며 “폭염 속에 그 많은 화장실을 점검하는 것이 가혹했을 거라 생각하고, (저희도) 직원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충을 토로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늘 공무원들이 나서서 모범을 보이고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런 거니 (공무원분들이) 조금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 점, 업무하느라 애쓰신 분들을 배려하지 못한 점, 새로운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