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까. 남는다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가 된 교계 간사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대부분 간사가 이익 추구보다 복음 사역에 중점을 둔 삶을 이어왔는데, 자녀가 태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역 강도가 높은 단체일수록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부모가 된 간사들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40세대 교계 간사들의 사역 상황을 상하 시리즈로 나눠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상)엄마 간사가 다시 뛴다 (하)아빠 간사의 고민
간사는 식물의 줄기(幹, 줄기 간)처럼 단체의 실무를 맡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한국교회에도 간사가 많다. 선교단체와 기독NGO, 교회와 교단 등 거의 모든 기독교 기관에 간사가 있다. 19세기 선교사들의 연합기관 활동이 시작될 때부터 교계엔 간사직이 생겨났다. 일반 간사와 다른 점은 근로자임에도 목회자나 선교사같은 사역의 성격을 띈다는 점이다. 신앙을 근거로 근로자보다 과중한 역할을 부여받거나 사역자에 못 미치는 처우를 받기도 한다. 100% 사역자도 100% 근로자도 아니다. 사이(間, 사이 간)의 존재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많은 선교 단체들이 20대 간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국민일보 8월 2일자 29면 참조).
2030 젊은 간사들이 떠난 빈자리를 ‘워킹맘’들이 채우고 있다. 이런 추세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맞물리는 현상이다. 지난 6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40대 여성도 68.3%로 전달의 67.8%보다 소폭 증가했다. 맞벌이도 크게 늘었다. 30대의 경우 통계 집계 이후 최대인 54.2%를 기록했다.
지난달 지구촌의료개발기구에 입사한 임소옥(38) 간사는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두 자녀의 엄마다. 남편과 함께 프랑스 선교사로 사역하다 2021년 귀국했다. 이후 육아에 전념하던 임 간사는 지난해 다시 일 할 기회를 찾았다. 파트타임이라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지구촌의료개발기구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임 간사는 “큰 돈을 버는 자리는 아니지만 돌발적인 육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근무 조건이 매력적이었다”며 “무엇보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점, 신앙과 관련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점, 내 이름으로 업무를 한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2015년 재취업에 성공한 뒤 기독교NGO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숙영(49) 교회개혁실천연대 간사는 “전문직이 아니면 저희같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준말)들은 재취업이 쉽지 않다”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커리어로 재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큰 기회다. 처우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젊을때 간사로 활동하다 육아 후 돌아오는 분들이 제법 많다”고 했다. 남 목사는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고 자녀들도 어느정도 키웠기 때문에 돈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점이 기독교 단체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처우 개선 필요성은 여전
그러나 교계 간사가 모든 엄마들에게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출산 직후 대부분의 여성 간사들은 경력단절의 위기를 맞는다. 일부 대형교회나 이름난 NGO를 제외하면 육아휴직이 있어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경우 이런 문제가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근무 형태 때문이다. 대학생 대상 사역의 경우 대부분 일정이 늦은시간에 진행되는데다 방학에는 선교와 훈련, 수련회 등으로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잦다.
2019년 1년 3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이지혜 경기남IVF 간사는 “마침 코로나가 오면서 비대면으로 사역이 진행됐기 때문에 육아와 사역을 병행할 수 있었다”면서 “목사인 남편이 주중에 육아를 도왔고 제가 지구 대표 간사로 관리직에 있었기에 그나마 사역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간사는 “어린이집과 친정의 도움, 동료 간사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배려로 버티고 있지만 2년 뒤 초등학교 입학부터 걱정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주변 여자 간사들은 출산 후 대부분 현장을 떠났다. 선배 간사 중에도 사례가 극히 드물고 다른 단체에도 참고할 사례 자체가 적다”고 막막함을 호소했다.
한경균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대표는 “기구가 존속되려면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유입돼야 한다. 지금처럼 간사들의 헌신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첫 직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야 정규직이 중요할 수 있지만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모 간사들은 다르다. 탄력근무나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