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강당이나 교육관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 대원들이 교회 잔류를 결정했다. 현장에 있는 대원 대다수는 숙식과 프로그램 등에 만족하고 있었다.
10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오전 프로그램으로 가죽 지갑을 만든 잼버리 대원 380여명이 정오쯤 식판을 들고 있었다. 이날 점심메뉴는 소고기잡채와 소갈비찜. 먼저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목청껏 식사 노래를 불렀다. “푸른 하늘 맑은 바람 상쾌한 하루. 쓱싹쓱싹 보글보글 즐거운 소리. 마음 모아 다 함께 준비한 식사. 우리 모두 감사하며 맛있게 먹자~”
취재진 옆에서 식사한 아이들은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이후 한 여중생이 이 교회 교역자에게 다가와 “밥이 너무 맛있다. 집에 가기 싫다”며 식당에서 CCM ‘천국은 마치’ 율동을 따라 했다. 이날 밤 저녁 장기자랑 시간 때 보여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또 다른 대원은 교역자에게 “와이파이만 마음껏 쓸 수 있으면 여기서 살 수도 있다”며 웃었다.
교회에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잼버리 대원들은 활기찬 표정이었다. 호텔과 기업 연수시설 등에 머물며 한국을 관광 중인 외국 대원들 만큼 교회에 머무는 대원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오후 새에덴교회에서 홍팀 청팀으로 나뉜 대원들은 빨강 파랑 깃발을 흔들며 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강당 문을 전부 닫았는데도 파도타기 게임 등을 할 땐 옆방까지 고성이 들렸다. 지난 8일부터 이 교회에 머문 대원들은 9일 용인 캐리비안베이에서 저녁까지 물놀이도 했다고 한다.
이 교회에 머무는 대원들은 9일 오후 지자체에서 알아본 숙소로 거처를 옮길지 ‘OX’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설문 결과 교회에 쭉 남기로 했다고 잼버리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회 측은 대원 10명 중 9명 이상이 교회에 남길 원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의 일사불란하고 발 빠른 섬김은 대원들의 악몽을 길몽으로 바꾸고 있었다. 주요 한국교회가 수용한 잼버리 대원 수는 5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용인=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