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기재부 vs 행안부 주차장 전쟁…공용주차구역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3-08-10 11:00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 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주차장 자리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부처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나란히 입주해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는데, 각자 운영하고 있는 공용주차구역을 놓고 직원들끼리 충돌하는 모양새다.

9일 두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중앙동으로 이사오기 전 세종청사 4동 건물을 썼다. 당시 주차장 규모는 100대 정도에 불과해 불편이 컸다. 특히 지하주차장은 2중, 3중 주차된 차로 들어차 있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뜻에서 ‘개미지옥’이라 불렸다.

반면 중앙동 주차장은 지하 2개 층 규모로 배치돼 주차난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입주 6개월이 지난 8월 현재 주차 전쟁이 다시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여유가 있던 주차장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동 지하 2층 주차장에 마련된 공용주차구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용주차구역은 각 부처가 운용하는 업무용 차량을 세우는 공간이다. 기재부와 행안부가 각각 20석, 30석 가량을 갖고 있다. 행안부가 소유한 공용차량이 더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행안부의 공용주차구역은 지하 2층 출입문 바로 앞에 마련돼 있다. 반면 기재부 공용주차구역은 출입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재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재부 직원들의 익명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행안부는 공용차량이 얼마나 많길래 그 넓은 공간이 필요하냐” “왜 기재부 공간은 구석에 쳐박혀 있느냐” “무엇이든 행안부 퍼스트, 앞으로 비효율적인 합동청사는 짓지 말아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공용주차공간에 개인차량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주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기재부 직원은 “행안부 주차구역을 보면 아파트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량이 자주 서 있다”며 “말만 공용주차구역이고 사실은 행안부 직원들이 자유롭게 차를 대는 공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용주차구역의 규모와 위치는 기재부와 행안부가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기재부 측은 직원들이 출입문과 가까운 곳에 차를 댈 수 있도록 일부러 공용주차구역을 구석 자리로 돌렸다고 한다. 다만 행안부는 의전 등을 고려해 최대한 문에 가까운 곳으로 공용주차구역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각 부처는 공용주차구역을 각자 관리하고 있다. 다만 개인차량이 해당 구역에 주차돼 있어도 큰 불이익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최근 행안부 구역에 한 기재부 직원이 개인차량을 주차해 적발된 경우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주차장을 넓게 만들었지만 차량이 점점 늘어나다보니 공용주차구역을 두고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차량 요일제 등을 확대 실시하는 방식으로 주차 수요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