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규제 확대 대비해 저사양 엔비디아 칩 구매경쟁

입력 2023-08-10 08:44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50억 달러(6조6000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구매 주문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규제가 강화되기 전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려고 서두르고 있다”며 “바이두,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미국 칩 제조업체로부터 올해 약 10만 개의 A800 프로세서를 사들이기 위해 10억 달러 상당의 주문을 했다”고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은 40억 달러 규모의 내년 물량도 미리 주문했다고 FT는 전했다.

A800은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용 최첨단 GPU인 A100의 저사양 버전이다. 엔비디아는 고성능인 A100 제품이 미국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되자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A800 제품을 개발해 판매해 왔다. A100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600GB(GB)지만, A800은 초당 400GB다.

FT는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더 광범위한 새로운 수출통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A800 칩을 비축하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AI 챗봇 등 여러 개의 생성형 AI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FT는 업체 측이 이를 위해 이미 최소 1만 개 정도의 엔비디아 GPU를 비축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트댄스 측은 내년에 받을 7억 달러 상당의 A800 칩 7만 개도 주문했다고 한다.

바이두 역시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 챗봇을 만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두 관계자는 “엔비디아 칩 없이는 어떤 대형 언어 모델도 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AI 개발을 위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엔비디아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현재 보유 중인 A800의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