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의 막냇동생이 큰형 부부의 횡령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 명의의 급여 계좌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서 “큰형은 작은형(박수홍)과 나를 착취 대상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동생의 증언을 들은 박수홍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9일 열린 박씨 부부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수홍 동생 부부는 자신들의 명의로 된 계좌가 큰형의 횡령에 사용됐으며 소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동생 박씨는 “큰형과는 가치관이 달라서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며 “같이 사업을 할 때도 의견 충돌이 있었다. 웨딩 사업체에서 일할 때 25%의 지분을 받기로 약속하고 공동 대표로 참여했는데, 3년 후 어디에도 등재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계기로 여러 갈등이 있었다. 더 이상 보기 싫은 마음에 2010년에 (회사를) 나왔다. 2010년부터 8년 정도 (큰형과) 만나지 않았다, 큰형과 원수가 된 상황에서 엮이고 싶지 않다”면서 “큰형은 작은형과 나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동생 박씨는 자신과 아내 명의의 통장이 개설돼 큰형 박씨가 운영하던 웨딩 업체에서 급여가 입금되고 있었지만 통장이 개설된 사실조차 몰랐다고 증언했다. 통장의 존재는 최근 소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알았고, 통장은 큰형의 횡령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동생 박씨는 “내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처음 본 것이 2020년”이라며 “이번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기 몇 개월 전 박수홍이 찾아와 큰형과 재산 다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어 “웨딩 업체에서 일할 당시 신분증을 빌려줬을 때 큰형이 계좌를 만든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수홍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공판 이후 “그간 동생분이 연락이 안됐고, 그래서 저희도 (재판 참석에) 놀랐다”며 “막냇동생은 ‘우리 가족이 불행을 겪게 된 것도 큰형 탓이다. 박수홍을 존경하고, 박수홍은 우리 가족에게 누구보다 진실됐고, 효자였다’고 증언했다. 결국 막냇동생이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박수홍이 누명을 쓰게 된 것을 보고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뉴스1에 말했다.
노 변호사는 “특히 가족 중에서 최초로 박수홍을 위한 증언이 나왔다는 것이 의미있다”면서 “박수홍도 굉장히 놀랐고, 모든 가족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막냇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흐느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큰형 박씨 부부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라엘,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62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씨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큰형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큰형 박씨는 구속 상태에서 기소됐다가 지난 4월 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아내와 함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3일로 예정됐다. 검찰 측과 친형 법률대리인 측은 각각 박수홍 부친과 박수홍 모친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