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이난리인데…또 ‘크루즈 출장’ 가는 부안군의회

입력 2023-08-10 04:44 수정 2023-08-10 09:47
9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장의 천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행 끝에 전원 조기 퇴영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개최지인 전북 도의원과 부안군의원들이 이달 중 해외연수를 예정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9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원 18명은 오는 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로 견학을 떠날 예정이다. 광복절을 맞아 독도에서 애국 의지를 다지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체 도의원 3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명이 견학 신청을 했고 경비는 1인당 40만~50만원이 책정됐다. 견학을 주도한 A의원은 “절대 놀러 가려는 의도가 아니다”며 “여론이 그렇다면 일정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안군의회는 한술 더 떠 해외 ‘크루즈 연수’를 확정했다. 군의회에 따르면 부안군의원 10명 전원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4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난다. 부안군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숙박비와 크루즈 여행비용 등 4000여만원은 전액 군비로 부담하기로 했다. 군의회는 “크루즈항 여건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기 위한 연수”라면서 “연수 보고서는 정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부안군은 잼버리를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라는 명목으로 두 차례 관련 출장을 떠났다. 2019년 10월 군 공무원 13명이 중국 상하이에서 최장 6박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다녀왔고, 2019년 12월엔 다른 공무원 5명이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와 지룽 크루즈 터미널 등을 방문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관계자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외유성 출장 논란에 여론은 냉랭하다. 잼버리 파행으로 각종 감사가 예고된 데다 수해 복구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민생을 뒷전으로 한 의회 행태에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크루즈 연수 소식이 알려진 뒤 부안군의회 홈페이지에는 “잼버리 망쳐 놓고도 정신 못 차리냐” “막가파식 해외출장” “세금 도둑” 등 비판이 이어졌다.

한편 정부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지난 7일 잼버리 전원 조기 퇴영을 결정했고, 156개국 3만7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이튿날 서울 등 전국 8개 시·도 대학 기숙사나 기업 연수원 등으로 흩어졌다. 향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십억원의 숙식비는 정부가 각 기관과 시설에 사후 정산한다는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