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애는 포기해도…은둔 청년 10명 중 9명은 일자리·고소득·인간관계 ‘중요하다’ 답변

입력 2023-08-10 06:00

자발적으로 세상과 단절을 택한 고립·은둔청년도 좋은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소망은 보통 청년들 못지않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중 절반은 실제로는 양질의 인간관계를 쌓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변한 비율도 70%가 넘었다.

10일 국민일보가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세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인 고립·은둔청년의 96.3%는 현재 상황에서 바라는 삶의 요소 중 ‘원하는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9~34세 청년의 응답 비율(97.4%)에 견줘도 거의 차이가 없는 높은 수치였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높은 소득과 자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91.9%로 나란히 90%를 상회했다. 각각 95.7%, 93.7%가 긍정적으로 답변한 전체 청년의 조사 결과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고립·은둔청년이란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해 제대로 된 지지체계가 없고, 방이나 집안에 주로 머물러 타인 및 사회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출산·장애 외의 이유로 은둔을 택한 청년의 숫자는 전국 기준 24만4148명(2.4%)에 달했다. 원인으로는 취업 실패를 지목한 응답이 3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간관계의 어려움(10.0%), 학업 중단(7.9%) 순이었다.

이들은 연애·결혼 등의 낭만적 요소에 대해서는 일반 청년보다 체념적이었다. 전체 청년의 80.9%가 연애를 삶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반면 고립·은둔청년은 59.1%만이 이를 긍정했다. 결혼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청년(74.2%)의 3분의 2 수준인 52.4%에 불과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도 전체(71.8%)보다 낮은 63.0%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고립·은둔청년 역시 좋은 일자리, 충분한 소득·자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소망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중 현재 정부 정책을 통해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9%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느낀 셈이다. 이들의 실제 인간관계도 소망하는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한 편이었다. 자신이 현재 좋은 사람들과 알고 지낸다고 답변한 고립·은둔청년의 비율은 53.4%로 전체 청년(75.9%)의 긍정 응답률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까지 국내의 고립·은둔청년 관련 대책은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에 그쳤다. 다만 정부는 올해 들어 보건복지부 주도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국가 차원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 또한 내년 예산 편성에 이들의 취업 및 사회관계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검토 단계지만, 사회관계를 형성해주고 직업능력을 길러주는 사업이 주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