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식 부의금, 소아암 환자들 위해 써주세요”

입력 2023-08-10 00:02 수정 2023-08-10 00:02
고(故) 조아라 씨 가족이 지난 3일 정용연 화순전남대병원장에게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치료비 기부금을 전달했다. 생전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들어올 부의금을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했다.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이 자신의 장례식 부의금을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유족은 고인의 이름으로 한 대학병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화순 전남대병원은 9일 고(故) 조아라(34)씨의 가족들이 지난 3일 정용연 병원장에게 고인의 이름으로 소아암 환아를 위한 치료비 지원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전남 화순이 고향인 조씨는 지난해 미국으로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떠나려 했으나 출국 전 암 4기 진단을 받고 서울에서 치료받기 시작했다.

조씨는 지난 3월 화순 전남대병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이어갔지만 치료를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완화의료병동에서 본인의 삶을 정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생전 조씨는 “치료하며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다”며 장례식에 들어온 본인의 부의금 일부를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유족은 조씨의 바람대로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치료비를 기부하기로 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치료받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의 부의금 중 일부를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정성껏 치료해준 심현정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자 화순 전남대병원에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기부 선물은 소아암 환아들의 치료와 회복, 일상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겠다”며 “병원이 고인과 가족의 뜻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조아라씨.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조씨는 생전 본인 장례식 소식을 전할 명단을 정리하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처럼 생전에 친구들을 모두 보고 싶다”는 뜻을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이에 병원 측은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을 통해 조씨의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해 생애 마지막 생일잔치를 열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