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은행 횡재세 ‘40%’ 깜짝 발표에 유럽 금융계 ‘충격’

입력 2023-08-09 17:43 수정 2023-08-09 17:49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로마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높은 금리로 기록적인 수익을 얻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수익의 40%에 달하는 횡재세를 일회성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유럽 은행주들이 급락하는 등 유럽 금융계가 충격에 빠졌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저녁 은행들의 이자 수익에 대해 40%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할 방침을 발표했다. 세금은 은행의 순이자 소득이 전년 대비 각각 5% 또는 10% 초과할 경우 부과된다. 은행들은 내년 6월까지 해당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은행 횡재세 법안은 앞으로 60일 이내에 의회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이 같은 조치는 공식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신용평가사 DBRS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5대 은행은 202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105억 유로의 총 수익을 기록했다고 FT는 전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올 초 횡재세 부과를 검토한 바 있는데, 은행들이 상반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횡재세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조치로 30억유로(33억달러, 4조3300억원) 수준의 세금이 징수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퍼리즈와 이퀴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로 정부가 세금으로 45억 유로 이상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확보된 세수를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등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발표의 여파로 유럽 전역의 은행주가 급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이탈리아 은행주가는 이날 7.7% 급락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와 유니크레딧의 주가는 각각 8.6%와 5.9% 하락했다. 국영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의 주가는 10.8% 폭락했고,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인 방코 BPM의 주가는 9.1% 떨어졌다. 유로존 은행주가도 4.5%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가 붕괴하며 발생한 은행권 혼란 이후 가장 큰 일일낙폭이다.

이에 이탈리아 당국은 서둘러 세금 상한선을 두며 횡재세 방침을 완화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은행들에 부과하는 횡재세가 은행 총 자산의 0.1%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