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잼버리에 6년간 470억 들인 여가부, 뭐했나

입력 2023-08-10 11:00

경제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 바라 본 ‘2023 세계잼버리 대회’는 헛웃음이 나오는 사업이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5년 전부터 준비해 온 사업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실한 상태로 진행이 됐는지가 의문이다. 한 경제 부처 공무원은 10일 “행사 잘 하기로 소문난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조만간 끝나지만 2년 후 아시아 태평양 잼버리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수습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잘잘못을 따지고 넘어가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예산만 보면 부족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계잼버리 대회를 위해 편성한 대표 예산 사업으로 ‘청소년 국제교류지원’ 사업이 꼽힌다. 여성가족부 소관인 이 사업은 2018년 처음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이후 올해까지 6년간 모두 469억92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61억1200만원이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다. 큰 돈이 부여됐는데도 새만금 야영장은 샤워 시설이며 화장실 청소 등 기본적인 부분조차 구비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대체 어디다 돈을 썼단 말인가.

예산을 받아 든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준비 상황이 거의 완료됐다고 자신했다. 현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꺼내 든 말이다. 탁상 행정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는가.

국무조정실도 이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조실은 지난 3월 방문규 국조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새만금 잼버리 점검·지원 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었다. 이후 5개월이 지난 후의 상황을 보면 이 회의를 통해 뭘 점검했는지 모르겠다. 방 실장 역시 지난달 초 새만금 현장을 한 번 찾은 게 현장 행보의 전부다. 김 장관처럼 탁상행정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탄핵소추안 때문에 부재중이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차치하더라도 부처 수장들의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방 실장은 오송 침수 참사와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조치하겠다고 한 바 있다. 국제 망신살이 뻗친 이 사업에 대해서도 본인을 포함해 같은 잣대를 들이댈지, 두고 볼 일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