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그라피티 담벼락 뒤덮은, 中 공산당 ‘빨간 글씨’[포착]

입력 2023-08-09 16:41
7일(현지시간) BBC는 지난 주말 런던 브릭 레인의 한 벽면에 중국 공산당 문구가 그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벽면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적혔다. lei_uk 인스타그램 캡처

‘그라피티’ 거리 예술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브릭 레인(Brick Lane) 담벼락에 난데없이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선전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여기에 반발한 시민들이 중국을 비판하는 문구를 적으면서 담벼락은 난잡해졌고, 결국 당국이 나서 모든 낙서를 지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사이 브릭 레인의 한 벽면에 중국 공산당의 12가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 새겨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벽면에는 여러 예술가가 그린 다양한 그라피티 작품들이 있었지만, 공산당 관련 문구를 적은 이들이 벽면을 하얀색으로 뒤덮으면서 기존 작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존 브릭레인 벽면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그려져 있었다. 엑스(옛 트위터) 캡처

온통 흰 바탕으로 칠해진 벽면에는 부강, 민주, 문명, 화합,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 성신(성실과 신용), 우선(우의와 선량) 등 12가지 사회주의 핵심 가치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적혔다.

중국 공산당은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 단어들을 핵심 사상으로 선정해 국가의 통치이념이자 전 인민이 따라야 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BBC는 “흰 벽에 빨간 글자 형태의 선전 문구는 중국에서 익숙한 광경”이라며 “시진핑 주석 통치 아래에서 가장 흔한 정치 슬로건”이라고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BBC는 지난 주말 런던 브릭 레인의 한 벽면에 중국 공산당 문구가 그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벽면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적혔다. yiqueart 왕한정 인스타그램 캡처

벽면이 중국 공산당 문구로 도배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낙서가 등장했다. 대부분은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선전 문구 주변에 “중국에는 자유가 없다”라고 적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한 남성이 "중국에는 자유가 없다(No Freedom In China)"라는 문구를 벽면에 적고 있다. lei_uk 인스타그램 캡처

벽면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스티커가 붙기도 했다. lei_uk 인스타그램 캡처

중국 공산당 문구와 이를 비판하는 문구까지 겹쳐 브릭 레인 벽면은 난잡해졌다. lei_uk 인스타그램 캡처

공산당 문구에 이를 비판하는 문구까지 겹치면서 벽면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돼버렸다.

벽면에 중국 공산당 문구가 적혔다는 내용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비판 여론은 점차 거세졌다.

인권단체 홍콩워치(Hong Kong Watch) 대표인 베네딕트 로저스는 자신의 트위터(X)에 “정권에 대한 선전으로 런던 브릭 레인을 더럽혔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런던시 당국이 나섰고 벽면에 그려진 문구들은 모두 지워졌다.

처음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문구를 적은 이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까치’라는 뜻의 필명 ‘이취에(一鵲)’를 사용하는 예술가 그룹으로 알려졌다.

이 그룹의 일원으로 붉은 글씨를 썼던 왕한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화 식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낙서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에 정치적 의미가 많진 않다”면서도 “런던에서 자유의 방식으로 문화 수출과 문화의 상업화를 이루는 것을 봤다. 자유민주란 이름으로 서양의 문화 중심성을 드러내는 것이 런던의 자유”라고 비판했다.

왕한정은 BBC에 “살해 협박 등 각종 위협을 받았다”며 “(해당 문구는) 중국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런던 당국은 브릭레인 벽면에 있던 문구들을 모두 지웠다. lei_uk 인스타그램 캡처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