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이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등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최재형 상해 임시정부 재무총장의 삶을 조명한 다큐온 광복절 기획 ‘시베리아의 페치카, 최재형’이 오는 12일 밤 10시 25분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최재형 선생과 부인 최엘레나 여사의 현충원 합장을 앞두고 방영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오는 14일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번에서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떨어져 있던 부부의 합장식을 진행한다. 최 여사의 유해는 9일 국내로 봉환됐다.
최재형 선생은 1880년 8월 15일에 태어나 1869년에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한 연해주 한인 1세대다. 그는 일제 침탈과 가난을 피해 국경을 넘은 한인들을 위해 교회와 학교를 세웠고 대동공보 등 한글 신문을 발행해 한인들의 지위 향상과 독립운동가들의 정보 교류의 창구를 제공했다.
안중근, 홍범도 등 연해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와 의병에게 막대한 군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이주 한인들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발 벗고 나서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는 협상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때 ‘시베리아의 페치카(난로)’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1907년 연해주에 온 안중근이 “집마다 최재형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한인들의 후견자이자 대부였다.
최재형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추대됐다. 하지만 1920년 연해주 일대에 벌어진 ‘4월 참변’ 당시 체포돼 정식 재판도 없이 일본군에게 총살당했다. 그의 유해는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962년 최재형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한 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가묘를 썼다.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최재형 선생의 부인 최 여상의 묘의 이장이 허락된 건 지난달 개정된 법 덕분이다.
그동안 ‘유해가 없으면 현충원에 안장할 수 없다’는 국립묘지법에 따라 최재형 선생 부부를 합장할 수 없었지만, 이 법이 개정되면서 합장의 길이 열렸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이사장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00년 전 이역만리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 한인을 위해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최재형 선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에 감동하여 2019년 우수리스크 최재형 선생 생가에 흉상과 기념비를 세우는 데 일조했다”면서 “그동안 최재형 선생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그의 삶과 정신이 잘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