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지하철 안에서 흑인 10대들로부터 모욕을 당한 아시아계 가족 중 부인이 한국계로 알려졌다.
또한 가해자들은 사건 당시 아시아계 가족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경찰(NYPD)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역의 지하철 F 노선 열차 안에서 승객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로 16세 흑인 소녀를 체포했다고 ABC7 뉴욕 방송 등이 8일 보도했다.
NYPD는 소녀가 사건 이틀 뒤인 이날 오전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으며 2건의 폭행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나이를 고려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네바다주(州)에서 뉴욕을 방문한 수 영(51) 부부와 11세 쌍둥이 자매는 지하철 열차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고 이 가운데 영은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영은 건너편 좌석에 앉은 10대 소녀 셋이 큰소리로 웃는 것을 듣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영은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며 “나도 그들의 행동을 정확히 따라 하며 웃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이 태도가 바뀌어 분노가 된 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후 소녀들이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발언 등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거친 표현이 계속되자 남편 켄 영이 나서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 있겠나”라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태도로 위협했다.
당시 상황은 같은 차량에 탑승한 승객 조애나 린(34)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그러자 자신들의 모습을 녹화 중이란 것을 알아챈 흑인 소녀 한 명이 린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주먹을 날렸다. 이에 영이 린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고, 그 소녀는 영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영은 소녀가 몸싸움을 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기도 했다고 NBC 방송에 설명했다. 결국 그는 안경이 망가지고, 머리카락이 뽑히는 등 피해를 봤다. 린도 머리를 세 차례 두들겨 맞았다.
폭행은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가 정차하자 다른 승객들이 피해자를 에워싼 채 하차를 도왔다.
이후 NYPD는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기반한 혐오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자수한 소녀 외에 2명은 수배 대상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특히 뉴욕 지하철은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과 반감, 분노를 표출하는 온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영은 이번 사건을 인종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한 혐오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아시아계는 대립을 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소녀들이 그들 가족을 손쉬운 범죄 대상으로 봤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은 “그들은 아주 어린 소녀들”이라며 “법 집행을 떠나 우리가 사회 및 공동체로서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해 소녀들과 흑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분노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도 전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