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턴 범인이 도어록 설치기사…금고에 편지 남겨

입력 2023-08-09 11:39 수정 2023-08-09 13:28

늦은 시간 주인이 없는 식당에 들어가 현금을 훔쳐 달아난 40대 남성이 도어록 설치 기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설치 기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관리자 번호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야간에 상점 여러 곳을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40대 남성 A씨가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MBC가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시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돈을 챙겨 나왔다.

그의 범행은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식당 주인이 금고에 있던 현금 60만원이 없어진 걸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피해 식당 주인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돈통을 열어봤을 때 금고함에 돈이 없고 편지 하나만 남아있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A씨가 현금을 훔치고 남긴 쪽지 내용. MBC뉴스 유튜브 캡처.

A씨가 남긴 편지에는 “잘못된 행동인 줄 알지만 급한 마음에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연락 주시면 상황 설명하고 갚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꼭 연락 먼저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두 아이와 부모님이 계십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편지에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도 함께 남겼다.

A씨는 범행 이틀 뒤 피해 식당을 찾았다. 그는 식당 주인이 문을 어떻게 열었냐고 묻자 “전에 자동문 관련 일을 해서 관리자 번호를 아는데 그걸 누르면 열린다”고 답하며 도어록을 교체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리자 비밀번호는 사용자가 쓰는 비밀번호와는 다른 번호다. 처음 도어록 번호키를 설정할 때 생성되는 번호다. A씨는 주인이 따로 변경하지 않으면 이 관리자 번호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