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모란봉악단이냐”…잼버리 공연 투입 요구에 반발

입력 2023-08-09 05:01 수정 2023-08-09 10:26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 팬 커뮤니티 위버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마지막 일정으로 오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해 달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두고 BTS 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BTS 팬덤 사이에서는 “BTS가 정부 전속 가수냐”, “BTS가 북한 모란봉악단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과 제이홉이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성 의원은 “BTS와 함께 세계 청소년들이 담아가는 추억은 또 다른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국방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잼버리 대회에는 일본에서 개최되었던 대회보다 1만여 명이 많은 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기 위해 방문했을 것”이라며 “이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팝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성 의원의 이 같은 제안이 알려지자 BTS 팬들은 반발했다. ‘잼버리 사태’의 파행을 왜 BTS가 수습해야 하느냐는 비판이었다.

BTS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이용자들은 8일 성명문을 내고 “‘잼버리 사태’로 풍비박산 난 대한민국의 국격을 되살리기 위해 BTS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반민주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BTS가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K팝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 국방부의 육군 소속인 BTS의 김석진(진) 상병과 정호석(제이홉) 이병과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민간인으로서 국방부에서 관할할 그 어떠할 권리도 없다”며 “성 의원이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는 작금의 행태야말로 잼버리 정신에 어긋나는 반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BTS 투입 제안이 논란이 되자 성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21대 국회에서 BTS 병역을 면제해 주자고 법안을 낸 당사자가 바로 저”라며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BTS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안으로 지원했던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과 협의한 것도 아니고 BTS 소속사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성 의원의 요청에 대해 “그것은 관련 부처, 그리고 해당 연예인들의 소속사와 같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잼버리 대회 K팝 콘서트인 ‘K팝 슈퍼 라이브’는 지난 6일 새만금 야외 특설 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 오는 11일로 일정이 변경된 상황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