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매매로 실형을 살고 나온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화려하게 사회에 복귀했다. 죗값은 치르고 나왔다지만 여전히 애널리스트 시절 쌓은 부정한 유·무형의 자산을 이용해 호의호식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A씨는 지난 3월 31일 한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로 취임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리포트 배포 전 차명 계좌를 통한 선행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챙긴 A씨는 앞서 법원에서 징역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A씨가 2020년 1월 구속기소 된 점을 고려하면 출소 후 바로 재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A씨 사건은 2019년 7월 출범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1호 수사’로 주목받았다. 증권가 리포트를 이용한 불법 이득 취득에 ‘사기적 부정거래죄’를 적용한 최초 사례기도 했다. A씨는 약 4년에 걸쳐 친구 B씨에게 매수 추천 종목을 미리 사도록 한 뒤 리포트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7억6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얻게 했다. 또 B씨에게 6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대가로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추가 선행매매 사실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A씨의 출소 후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씨는 보험·기타금융 및 지주사 부문을 담당하며 여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스타 애널’이었다. 그만큼 업계와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컸다.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다는 것이다. 또 ‘외식 전문가들로 경영진을 구성했다’는 회사소개와 달리 A씨가 외식 기업 대표자로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씨에게 정보를 받았던 사람들이 그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