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무부, 내담자 성관계 마약중독상담가 출강 제한

입력 2023-08-09 00:01
상담가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가 마약중독 여성 내담자들과 성관계를 갖는 등 상담 윤리·행동 강령을 중대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 유명 마약중독회복강사에 대해 교정기관 마약 재활교육 출강을 제한하겠다고 8일 밝혔다. 해당 강사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외부 상담과 강의에 파견해 온 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도 자체 행동·윤리강령을 마련해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부는 마약중독회복강사 A씨가 상담 윤리·행동 강령을 중대 위반하고도 지난 6월 남부보호관찰소에 파견돼 외부 상담·교육 활동을 이어왔다는 에 대해 “관련 사항을 마퇴본부로부터 통보받지 못해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A씨의 심각한 윤리 위반 사항을 알게 된 만큼 향후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기관에서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인 수강명령이나 교정기관의 마약 재활교육에 A씨의 출강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특히 “중독 상담 윤리 등을 준수하고, 마약류 사범의 치료 재활을 통해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유사 사건 발생 방지를 위해 마퇴본부와 대책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지난 4월 마약범죄 근절 의지를 밝히며 홍보대사 양학선을 앞세워 마련한 홍보 포스터. 법무부 제공

앞서 A씨는 중독재활상담실장으로 근무하던 병원에서 내담자와의 성관계가 공론화돼 지난해 11월 해고됐다. 이후 다른 내담자로부터도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당시 A씨는 두 사람과의 성관계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성폭행 피소 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자 마약중독 재활 치료를 받는 전직 아이돌과 유튜버 등과 함께 외부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에 있는 민간 약물중독 치료공동체의 장을 맡고 포털 사이트에서 1대1 ‘마약중독재활치료상담(50분)’ 예약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중독전문가가 현재나 이전의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 윤리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A씨는 지난 6월 법무부 산하 남부보호관찰소 등에 교육·상담 강사로 파견되는 등 버젓이 상담·교육 업무를 이어왔다.

A씨를 외부 상담과 강의에 파견해 온 마퇴본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체 행동·윤리강령을 마련키로 했다. 강원석 마퇴본부 사무총장은 “중독전문가 윤리 규정에 준하는 자체 강령 마련에 착수했다”면서 “자문위원회 검토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중독 재활 업무 과정에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씨 활동 제한조치는 내부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마퇴본부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퇴본부의 강사 관리 실태를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퇴본부가 외부 강사에 대한 행동·윤리 강령을 마련하면 해당 업무에 대한 종합 감사가 가능해진다”며 “이를 토대로 상담·교육 강사의 선정·관리 적정성 여부를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