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8일 전원 야영지를 떠남에 따라 ‘6조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새만금 매립지 속에 묻히게 됐다. 대원들은 이날 아쉽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전국 8개 시·도에 있는 128곳의 새 쉼터로 떠났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다시 허허벌판으로 변한 야영장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각 지자체는 “준비도 잘하고 기대도 컸는데 너무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북도는 당초 잼버리 기간 9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고, 755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가림막을 내리니 폭염 대책·인프라 부족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이어 경제 효과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2018년 8월 전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연구원은 2023 잼버리 유치에 따른 기대 효과로 사회간접시설(SOC) 조기 구축 시 모두 6조4656억원 생산 유발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잼버리 기간 국가 차원에서 1198억원의 생산, 1098명의 고용, 406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19년 1월 새만금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8077억원을 들여 내년에 착공, 2029년 개항할 예정이다. 새만금 핵심 인프라인 동서·남북 십자(+)형 간선 도로(43.6㎞)도 전 구간이 완성됐다. 두 도로에 들어간 예산만 7886억원이다.
그러나 10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6년간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새만금 잔치는 8일만의 철수로 허무하게 끝나게 됐다. 이제는 ‘마이너스’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마케팅 효과와 향후 투자 유치 등의 효과는 고사하고, 나빠진 전북 이미지 회복과 사후 수습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10개국 5700여명의 대원이 전북에 남게 돼 다행스럽다는 분위기다. 전북 지자체는 남은 손님들을 잘 대접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했다. 60여개의 영외 프로그램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유영욱 전북도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잼버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남아 있는 대원들의 영외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활동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만금에 남아 있던 156개국 3만7000여명의 대원들은 이날 야영지를 떠나 새 숙소에 안착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대만 단원을 시작으로 1014대의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단원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일정이 기대된다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온 얼루이스(14)양은 “이곳을 떠나서 슬프지만, 우리는 서울로 가야 한다”며 “앞으로 4박5일간 그 곳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고 비상령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헬기 4대와 순찰차 273대 등을 배치해 이동 작전을 도왔다.
전북대 생활관에는 포르투갈 800명과 말레이시아 120명이 차례대로 입소했다. 대학 관계자들이 나와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라며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연세대 송도 캠퍼스에도 벨기에,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 18개국 800여명이 찾아 짐을 풀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참가자들이 출국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고 즐겁게 대한민국을 경험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3210여명의 대원이 머무는 서울시는 대원들이 스카우트 정신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각종 문화체험과 도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운현궁 등 대표 문화시설 9곳의 운영시간을 오후 9~10시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12일까지 남은 기간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11일 K팝 콘서트와 폐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안=김용권 기자, 김이현 기자 ygkim@kmib.co.kr